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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주 전 글에서 뜬구름 잡는 투자로 직원을 모두 해고한 사장님과의 일화를 소개했었는데요.
그 회사를 퇴사 후 최근 3년간 7번의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7번의 퇴사 중에 6번째 퇴사는 무려 재입사까지 했던 회사였는데요.
다름 아닌 잡주 때문에 퇴사당했던 바로 그 회사입니다.
여러분! “될 사람은 무엇을 해도 된다”는 풍문 들어보셨나요? 줄여서 ‘될놈될’이라는 단어가 한때 유행했었는데요.
3년간 7번 이직하는 동안 안 될 사람은 무엇을 해도 안 된다는 걸 제대로 겪었습니다.
그 안 될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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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였던 거죠...
첫 입사에서 9년 6개월을 다녔지만, 두 번째 입사에서 2개월도 채 못 버티고 퇴사하게 되었는데요.
오늘은 뜬구름 잡는 투자로 직원을 모두 해고했던 사장님께서 무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남 탓을 하며 아무도 권하지 않았던 투자 실패에 대한 스트레스를 애꿎은 직원에게 또다시 풀어 보려 했던 치졸함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이 회사의 대표님을 지난 글에서 오 대표님으로 가상 설정했었는데요.
오늘도 주인공이시라 소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직전 글에 주 5일 근무하고 주 7일 음주하는 사장님의 알코올 사랑 덕분에 귀에 피가 나도록 같은 말로 시달리다 결국 사직서를 제출했던 일화를 소개했었는데요.
사직서 제출 후 구인·구직사이트를 탐험하다가 많이 들어본 이름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분은 9년 6개월을 근무했던 회사 대표님과 친분이 두터운 동종업계 지인분이셨는데요.
뵌 적은 없지만 얘기를 종종 들은 기억이 있어서 눈에 확 띄었습니다.
이분도 한 회사의 대표자이신데요.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고 대표님으로 설정하여 이야기를 이어 나가겠습니다.
과거 기억으로 고 대표님의 성품을 늘 좋게 말씀해 주셨던 오 대표님의 말씀이 갑자기 떠오르면서 또 한 번의 헛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오 대표님 회사를 퇴사 후, 2년 동안 연락을 드린 적이 없었기에 조심스레 전화를 걸었습니다.
소원한 상태로 퇴사를 한 터라 대표님께서 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일 것을 확신했기에 고민의 시간을 갖다가 연락을 드리게 되었는데요.
통화는 예상보다 반갑게 이어졌고 길게 통화하기가 아직 좀 그래서 바로 본론으로 넘어갔습니다.
고 대표님 회사에 입사 지원을 하고 싶은데 혹시나 대표님과 아는 관계 시니 불편하시다면 지원을 안 하려고 하는데 어떠신지 여쭤봤습니다.
흔쾌히 괜찮다 하셨고 원한다면 고 대표님께 전화를 걸어 말씀까지 해놓아 주시겠다고 하시는 겁니다.
감사하지만 그냥 이력서를 제출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오 대표님 회사에 근무하면서 특별히 잘한 것도 없고 그저 그렇게 개운하지 못한 채로 헤어져 놓고는 갑자기 2년 뒤에 전화해서 취업 청탁을 하는 뉘앙스가 왠지 거북하게 느껴져서 감사한 마음만 전했습니다.
어차피 지원서에 과거 경력이 있고 회사명과 대표자명을 보면 고 대표님도 바로 아실 것이고 당연히 두 분이 통화하실 것이기에 그때 밝혀져도 될 걸 부탁의 청을 드리는 게 저로서는 송구한 마음이 컸죠.
마지막 말로 ‘대표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지원해 보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으려 했습니다.
오 대표님께서는 본인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면서 과거에 오해가 있었다는 식의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이미 지난 일이기도 하고 대표님과 엮일 일이 더는 없으니까 자연스럽게 웃으며 마무리를 지으려 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본인 회사에 재입사할 의향은 없냐면서 현재 딸이 근무 중인데 다른 곳에 취업할 예정이라 공석이 생긴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순간적인 직감으로 ‘왜 따님이 퇴사하는 거지?’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가족회사라면 보통 자녀나 배우자가 아닌 일반 직원들이 회사가 마음에 안 들어서 퇴사하는 게 상식이잖아요?
그런데 자녀가 퇴사한다고 하니까 ‘무슨 일이 있었나?’라는 생각에 ‘왜 따님이 퇴사하시나요?’라고 재차 여쭤봤는데요.
대충 얼버무리면서 본인 앞가림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식의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대표님 회사에서 9년 이상을 근무했기 때문에 사모님과 자녀 모두를 만난 적이 있는데요.
따님은 쾌활하고 밝고 외모가 출중한 데다가 성격도 시원하고 그 와중에 공부도 잘하는 누가 봐도 사랑스러운 분이어서 아빠가 사장이라 갑질을 하는 몰상식한 사람들과는 격이 다른 분이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분이 퇴사한다니까 ‘직원한테 문제가 있나?’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현재 겪고 있는 5번째 퇴사 예정인 회사가 너무 상상 이상이라 스스로 찾아온 감을 던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대표님은 좀 더 강한 설득이 필요했는지 고 대표님 회사를 지칭하며 최근에 직원들이 자주 바뀌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터라 네가 가면 무척 힘들 것이라며 노파심 넘치게 앓는 소리를 내셨습니다.
이때만 해도 걱정해 주시는 말씀으로 알았지, 본인 회사 얘기를 남의 회사에 투영하시는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요.
저는 또다시 안이한 태도로 전임자가 퇴사를 안 할지 걱정할 필요도 없고 함께 근무하게 될 동료는 나이가 비슷한 데다, 맡은 일을 알아서 잘한다고 하니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는 것보다 기존에 맡았던 업무를 다시 하면 적응 시간이 줄어 더 능률적이지 않겠냐는 희망 회로를 신나게 돌렸습니다.
몇 주 뒤 오 대표님 회사에 재입사를 하였습니다.
첫 번째 퇴사하고 난 뒤 2년의 발자취를 들어보니 정말 가관이었는데요.
대표님께서는 뭐가 자랑인지 본인이 뿌린 대로 거두었는지도 모르시고 너스레를 떠셨습니다.
퇴사할 당시 인수인계를 받으셨던 이 부장님은 3개월 뒤 혼자서 감당이 안 되니 직원을 구해달라고 하셨다는데요.
제 조언을 무시했던 대표님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내가 또 여길 왜 왔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어이가 없었던 건 추가 직원 구인 시 2년 반 전 제가 건의했던 시간을 줄이고 급여도 줄이는 탄력근무제 방법을 사용하여 채용하셨다는 겁니다.
인간의 무지는 경험을 통해서 깨닫기 마련이라는 걸 목도한 순간이었습니다.
쿨한 모습으로 듣고만 계시다가 투자 실패로 본전 생각이 더욱 간절해지니 발 빠르게 세상에 적응하는 세련된 직장처럼 구직자를 모시는 척하셨던 거죠.
다행히 적게 일하고 적게 벌고 싶은 어떤 분이 나타나셨고 부장님과 두 분이 1년 정도 일하셨다는데요.
둘 다 식성이 좋아서 점심을 양껏 드시고도 오후 4시만 되면 저녁인지 간식인지 모를 양을 복리후생비라는 명목으로 날려버리셨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돈 때문에 전전긍긍이었던 대표님은 참다못해 그만 좀 먹으라는 권고의 뜻을 밝히게 되셨는데요.
제가 근무할 때는 직원들이 다이어트 때문에 간식은커녕 점심도 거르는 경우가 많아서 식대가 나가는지 안 나가는지도 모르시다가 먹성 좋은 직원들로 바뀌면서 호된 금전 손실에 직원을 손절해야 하나 놀라셨던 것 같습니다.
먹성만 아니라 성격도 걸걸하고 목소리도 커서 힘든 1년을 보내셨다고 허탈해하며 토로하셨습니다.
기존의 직원들은 대표님과 성향이 비슷했던 터라, 상반된 분들을 겪으시며 뭔가 깨달으신 듯 보였습니다.
대표님의 하소연은 계속 이어졌는데요.
복리후생비가 줄여지는 것 같더니 이제는 탄력 근무에 동의하셨던 직원분께서 배우자의 갑작스러운 직장 문제로 울며불며 앞으로는 본인이 가장이 되어야 해서 소박한 급여로는 안 되겠다며 사직서를 제출하셨다고 합니다.
마침 이 부장님께서도 거래처 직원과 말다툼 후 기분이 나쁘다며 사표를 던지셔서 또다시 직원 없는 회사가 될 위기를 마주하게 되셨다는데요.
잠시 위기인 듯했지만, 안 좋은 상황에서도 천사는 한 번씩 지나가는 건지 언변 좋고 잘 웃는 직원분이 나타난 겁니다.
그런데 이분은 대면 인수인계가 필요 없다면서 전임자들이 모두 퇴사한 다음 날 출근하신다고 대표님을 안심시켰다는데요.
대단한 능력자시죠.
하지만 대담함과는 달리 얼마 지나지 않아 밝혀진 탐탁지 않은 업무력 때문에 어떻게 해고해야 하나 고민에 잠기셨다고 합니다.
이 미소가 아름다웠던 분은 마침, 부하직원을 채용하고 입사 3개월 만에 이력서 거짓 기재가 들통나서 자진 퇴사를 하시게 됩니다.
참 다양함의 연속이죠.
이제 홀로 남은 부하직원이라는 분이 주목의 대상인데요.
이분은 저의 6번째 퇴사에 힘써준 공신이 될 예정이므로 김 과장으로 설정하겠습니다.
김 과장은 혼자 석 달을 보내다가 이 핑계 저 핑계 직원을 구하려는 의지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대표님의 수법에 짜증이 난 나머지 언성을 높이자, 대표님께서는 그제야 강구책으로 본인 딸을 출근시켰던 겁니다.
그런데 김 과장은 본인 위에 상사가 있고 싶었지, 누군가를 가르칠 만한 깜냥도 의지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윗사람 행세하며 누리고 싶은 건 많은데 책임은 싫은 허세의 아이콘이었죠.
신입직원 같은 사장 딸과의 업무는 원하던 직장 생활이 아니니 화가 계속 쌓여갔습니다.
본인보다 예쁘고 성격이 좋은 대표자의 딸과 함께 하자니 시기와 질투가 생겨나서 다시 한번 경력자와 근무하고 싶고 이런 식은 힘들다며 조언인지 협박인지를 하게 됩니다.
구직자 입장에서 어차피 직장에 출근하는 건 똑같은데 급여를 더 받고 싶지, 굳이 시간을 줄이고 급여도 줄여서 일하고 싶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추가 직원은 계속 안 구해지고 일은 쌓여가고 그러던 와중에 제가 오 대표님과 통화를 하게 된 것이고 대표님은 과거를 생각하시며 재입사를 권장하셨던 것이었습니다.
과거 근무 시 직원들이 퇴사하거나 해고를 당하거나 또는 대표님의 알 수 없는 까탈스러움으로 계속 직원 채용을 자꾸 미루셔서 공석이 될 때마다 몸소 나서서 야근에 주말 출근에 업무 수습을 많이 했었는데요.
무려 추가 수당도 없이 ‘내가 사장이다’라는 마음으로 열심에 열심을 더해서 근무하다 수술도 하고 ‘일하다가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가끔 들 정도로 힘든 적도 많았습니다.
대표님께 마음의 빚이 있어 조금이라도 갚고자 노력했던 거지만, 타 회사를 돌아다니며 별의별 직원들을 만나 보니 필요 이상의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 치 앞을 모르고 또 입사라는 걸 하고 말았습니다.
근무 첫날부터 김 과장은 과한 미소를 띠며 뭐든 대신해 줄 것처럼 친절을 베풀었는데요.
저는 재입사에다가 경력자니, 대표자의 딸과 달리 가르칠 필요도 눈치 볼 필요도 없는 사람이기에 마냥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일로 만난 사이에서 처음부터 간이고 쓸개고 빼줄 것처럼 언니 동생 찾는 사람을 만나면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하는데요.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상대가 조금이라도 본인이 계산해 놓은 수를 틀어지게 하는 행동이나 심기를 건드리는 모습을 보이면 직장이 무슨 친목 사교 모임인 양 온갖 인상을 찌푸리고 본인 성격대로 어리석은 태도를 일삼기 때문에 최대한 선을 두고 적당한 거리 두기를 위해 노력하는 편입니다.
김 과장이라는 사람도 밝고 유쾌하게 웃는 모습이 좋아 보였으나 그림자에 아집이 보여서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며칠을 보냈습니다.
본인이 거의 혼자 일한 근 4개월 동안 힘든 일이 많았는지 저는 바쁜데 쉴 새 없이 대표님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주절거리며 신세 한탄을 늘어놓았습니다.
과거에 근무했던 사람이니까 동조를 받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여유만만하게 쉬엄쉬엄 일해 놓고는 도저히 뒷감당이 안 되니까 부른 것 같았는데요.
그래도 본인 수준에서는 화가 났던 거죠.
저도 혼자 근무하면서 동분서주했던 날들이 있었기에 듣고 있으려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인수인계도 없이 일하고 있다는 소리에 퇴사한 지 좀 되긴 했지만, 업무가 많이 바뀌지 않아서 인수인계를 해주었습니다.
어느 정도 혼자 파악하고 근무했던 김 과장은 대부분의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장기 근무자만 아는 내용이 있으니 그래도 도움이 됐다며 좋아하길래 김 과장과는 무리 없이 각자 일을 하며 회사 생활을 할 수 있길 고대했습니다.
그런데 입사 후 화가 나는 건 김 과장의 모난 성격 때문이 아니었는데요.
스스로 자존감이 낮다던 김 과장의 성격은 일주일 뒤부터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처음 맞닥뜨린 난관은 김 과장을 후임 직원으로 채용 후 3개월을 근무하고 퇴사했던 고참께서 해 놓은 완성된 업무였습니다.
해 놓은 일보다 안 해 놓은 일이 많았고 해놓은 일은 거짓 경력만큼 화려한 실수가 태반이었습니다.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대표님과 김 과장은 4개월가량의 공석을 허송세월 보내며 누가 와서 덤터기 좀 안 써주나 목 빠지게 기다리고만 있었던 거였죠.
딸이 와서 한 달을 근무했지만 김 과장은 누굴 가르치고 업무를 지시하는 능력이 없던 사람이라 그저 막내만 하고 싶어서 자유롭게 방치해 두었고요.
그제야 왜 웃으시며 다시 인자해진 양 재입사~ 재입사~하셨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제가 과거처럼 또다시 충성을 다해서 일 처리를 해주면 손 안 대고 코 풀어 보려는 심산이었던 것이었죠.
하지만 과거처럼 어리지도 않고 건강을 또 해치기가 두렵기도 하고 대표님의 음흉한 속내를 이미 간파하였기에 아르바이트 채용을 요청하여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였습니다.
경력자 아르바이트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뭔가 싸늘한 기분이 느껴졌는데요.
초반에는 마냥 웃으며 과한 친절을 베풀던 김 과장이 점차 말수가 적어지면서 까칠하고 경계하는 태도와 기분이 안 좋다는 표정을 대놓고 표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출근 시간에는 헐레벌떡 지각해 놓고 눈치가 보였는지 본인이 더 뾰로통한 표정을 짓기 일쑤였습니다.
자격지심으로 본인에게 난 화를 밖으로 표출하고는 감정하나 다스리지 못하면서 사회생활은 또 하겠다고 밖으로 나오는 어리석은 사람이었죠.
아르바이트생에게 업무 지시하랴 체크하랴 또 아르바이트생이 대신해 줄 수 없는 일도 넘쳐서 너무 바쁜 나머지 그냥 좀 꽁한 사람인가 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시간이 지나 김 과장 성격을 분석한 결과 아르바이트 구해서 업무를 처리해 놓을 생각도 못 하고 남의 일을 대신해 놓는 건 집이 멀어서 싫고 대표님의 딸이 왔는데 일도 지시할 줄 몰라서 아까운 시간을 버리고 그렇게 은근슬쩍 내빼면서 힘든 척은 다 했는데 갑자기 전에 일했다던 사람이 와서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하나씩 일 처리해 나가는 걸 보니 심보가 뒤틀렸던 것 같습니다.
마음이 허한 사람들은 남의 고통에서 내 행복을 찾아야 하는데 아무리 배우자 자랑을 해도 제가 배 아파하는 기색 없이 웃으며 받아주니 꽈배기 같은 감정 해소가 안 되고 쌓여만 갔던 거죠.
한 달이라는 기간을 장염과 감기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명절 연휴와 주말, 새벽 근무까지 강행하며 프로젝트를 마감하고 회사의 안정을 위해 제 나름 노력했는데요.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나자 드디어 김 과장이 폭발하였습니다.
소리를 지르면서 본인이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알 것 같기도 하면서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김 과장이 집이 멀다는 핑계로 몇 달을 방치해 둔 고객사로부터 비난을 들으면서도 웃으면서 업무 처리를 해온 것도 모자라서 주말과 명절 연휴까지 저에게는 사치였는데 어리광도 아닌 무능에서 비롯된 짜증까지 받아 줄 아량은 없었습니다.
말인즉슨 대표님께서 아르바이트 비용이 지출되니 언짢아하신다 뭐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일전에 대표님이 김 과장에게 말씀하셨고 김 과장은 저에게 언뜻 내비쳤었는데 바빠서 그냥 흘려들었던 거죠.
분노가 안 풀렸는지.. 지난 한 달 동안 참았다며 온갖 불만을 퍼부어 댔습니다.
상사 코스프레를 하고 싶으면 능력 있는 진짜 상사가 되면 해결될 일인데, 이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어떻게든 거저먹고 싶은 심보가 입맛대로 안 되니 본인에게 화를 내는 것으로 들렸습니다.
대표님의 따님과 근무할 때 둘이 일하며 충분히 상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옹졸하고 보잘것없는 태도를 시전 하며 명랑했던 따님을 내쫓았겠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이래서 딸이 나가게 된 거구나’라는 걸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아르바이트생은 저희보다 나이가 많은 분이었는데 그분이 안 계실 때 얘기해도 될 일을 한 공간에서 알바비 운운하며 본인 감정을 소리치는 모습이 안하무인과 볼썽사납다는 표현이 잘 어울렸습니다.
능력은 안 되는데 남은 그저 부럽고 선임을 하고 싶지만, 책임감은 없고 집에서는 어린 동생을 보호하는 입장이었는데 밖에 나와서 직장 상사도 아닌 것 같은 사람에게 지시를 받는 것 같으니 배알이 꼬였던 거죠.
김 과장은 스스로 자존감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요.
생각대로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감사일기도 쓴다는데 감사일기를 위한 감사 하지도 않은 감사는 종이와 연필만 아까울 뿐이죠.
태도가 어리석어 보였지만 처음부터 이런 부류의 사람은 조심하자 싶었기 때문에 놀랍지도 않았습니다.
수십 년간 대인관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너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사람을 처음 봤는데요.
제가 인성이 바르거나 대단히 훌륭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고 선을 넘지 않는 것에 굉장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어서 누구에게도 이유 없이 함부로 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족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가까운 사이라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너무 예의를 지킨 나머지 친해지기 어렵다거나 낯설다, 나아가서는 사무적이라는 이야기까지도 들어 봤지만, 너 때문에 힘들다는 말은 30년을 훌쩍 넘게 살아온 저 자신을 돌아볼 만한 매우 중대한 사건이었습니다.
재입사를 통해 한 달여 시간 동안 잘못한 사회생활이 무엇이었을지 생각해 보았는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재입사를 결정한 것 외에는 잘못한 게 없었습니다.
잘못이라면 현재의 회사 상황을 명확히 말씀하지 않으셨던 대표님과 4개월의 시간 동안 업무 처리에 대해 대책 없이 방관했던 김 과장을 만난 것이었죠.
대표님이 저와 통화 시 “네가 우리 회사에 온다면 이런저런 뒤처리를 해야 할 것이다.” 브리핑이라도 해주셨더라면 절대 입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인의 회사는 지금 너무 엉망이라 골치 아플 것 같으니 우리 회사에 오는 게 어떻겠냐고 배려해 주셨던 모습에서 가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입사하자마자 그간의 일들을 털어놓으시며 이미 떠나고 없는 직원들을 한 명 한 명 나무라시고는 “나 이렇게 힘들었느니 네가 뒤처리 좀 또 해줘”라는 의뭉스러움에, 어리석은 선택을 한 저를 꾸짖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해 봤습니다.
‘4개월의 직원 공백으로 인건비를 절감한 상황에서 최근 아르바이트 채용으로 지출이 생기는 게 큰 손실인가?’
‘내가 일을 안 해놓고 퇴사를 해서 2년 동안 피해를 주었고 그 뒷수습을 위해 재입사하여 아르바이트를 채용하게 된 것인가?’
‘장염과 감기도 모자라 주말 출근과 야근, 새벽 출근을 하며 대표님의 앓는 소리에 계속 장단을 맞추어야 하는 걸까?’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은 6번째 퇴사였습니다.
제가 차린 회사가 아니라서 이 두 분을 해고할 수 없으니 퇴사 결정이 어렵지만 쉬웠습니다.
대표님은 다음날 딸이 다른 회사에 취업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회사는 야근과 주말 출근을 시키는 악덕한 회사라며 마음이 아파 곧 눈물을 흘리실 것만 같았습니다.
굳이 이런 말씀을 하시는데 저는 본인 딸이 아니니까 아르바이트 채용도 안 했으면 좋겠고 밥도 대충 때웠으면 싶고 급여도 덜 받으면서 넉넉한 야근으로 본인이 일부러 내버려 둔 거래처들의 뒤처리를 바라시는구나 싶었습니다.
몇 년 전 무리한 잡주 투자로 돈과 휴지를 교환 후, 그 여파가 가시지 않아 회사 경비라도 줄여보고자 여전히 돈타령과 노동 착취를 하고 계셨던 겁니다.
금요일이 휴무라 목요일에 ‘소리’를 받고 하루 동안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소리 지른 만큼 김 과장이 퇴사한다고 먼저 말하면 어쩌나 싶어 토요일에 빠르게 사직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예의가 아니었지만 제 얼굴만 보면 짜증이 날 김 과장과 저를 생각해서 문자로 대표님께 말씀드렸습니다.
돈타령이 지겨웠지만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는 생각에 안 그래도 인건비가 많아 힘드실 텐데 마침, 다른 곳에 입사 제의를 받게 되었으니 상황에 맞는 직원을 채용하시라 말씀드렸습니다.
자존심으로 사는 분 답게 제 퇴사를 어이없어하셨는데요.
‘아르바이트를 꼭 채용해야 하냐’ 던 뒷담화는 그새 잊으셨나 봅니다.
하는 수 없이 ‘김 과장이 힘들다고 하니 다니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달에 있는 프로젝트 마무리 후 퇴사하겠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김 과장이랑 통화를 하셨는지 일요일에 문자로 이번 달까지 다닐 것 없고 월요일에 짐을 정리하라는 답변이 왔습니다.
싫다는 사람과 굳이 마주치기가 미안해서, 오늘 짐을 챙기겠다 말씀드리려 통화버튼을 눌렀으나 전화를 피하셨습니다.
대표님 다운 행동이라 일부러 문자가 아닌 전화를 했습니다.
과거 경험으로 김 과장의 화를 위로하는 척하셨을 게 뻔했습니다.
김 과장은 어리석은 열등감으로 순간적인 화를 못 참는 오징어 같은 사람이라 혼자 있어도 된다고 했을 것이고 이 새우들의 싸움을 지켜보던 여우 선장님은 인건비를 자연스레 줄일 수 있는 상황에 내심 즐거우셨을 거라 추측이 들었습니다.
통화가 안 되어 문자로 오늘 정리한다고 말씀드렸더니 그 정도로 싫으면 그렇게 하라고 바로 답장을 하시더라고요.
평소 제 생각은 인생 한 번인데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건 아니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고 죄송하다는 문자와 함께 짐을 챙기러 회사에 갔습니다.
인수인계는 할 필요가 없어서 기존에 작업하던 업무만 마무리 후 사진을 찍어 대표님께 보냈습니다.
김 과장이라는 사람의 속내를 안 이상 또 어떤 순수한 얼굴을 하고 낮은 자존감과 열등감으로 제 업무 처리를 비아냥거릴지 눈에 선했기에 확인용으로 사진 발송 후 자리를 떴습니다.
6번째 퇴사는 두 달도 못 채우고 실제 상황이 되었습니다.
돈 앞에서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나타난다는 말이 있는데요.
흔히 돈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통장 잔고가 정말 비었다는 게 아니라 “너에게 쓸 돈이 없다”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대표님 사정은 모르는 게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본인의 과오를 직원들에게 은근슬쩍 떠넘기는 태도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 아니죠.
사장들의 사장으로 유명하신 김승호 회장님은 [돈의 속성]이라는 책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은 기회와 운이 도와주기도 하지만
지키는 건 공부와 경험과 지식이 없이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가치다"라고 하셨습니다.
돈은 인격체라는 말씀도 하셨는데요.
실제 사람은 아니지만 그만큼 예우를 갖추어 좋은 곳에 쓰임으로 인해 더 좋게 나에게 돌아와 준다는 말씀으로 이해했습니다.
치킨은 죄가 없고 살은 내가 찌듯이 주식 투자는 종목의 문제라기보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렴할 때가 언제인지를 파악할 생각은 안 하고 내가 사면 오를 거라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인간의 욕심이 죄겠죠.
오늘은 직장 상사도 모자라 직장 동료에게까지 치욕을 겪었던 재입사 수난에 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서는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신 만큼 특정인에 대한 조소나 꾸지람보다 잘못한 투자는 한 번으로도 돌이키기 힘든 큰 시련이 될 수 있으니, 남들이 좋다는 건 남들 사라고 하시고 감당할 수 있는 투자를 하시는 지혜롭고 사리에 밝은 분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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