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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 글에서 뜬구름 잡는 투자로 직원을 모두 해고한 사장님과의 일화를 소개했었는데요.
오 대표님 회사를 퇴사하게 되면서 최근 3년간 7번의 이직이라는 제 인생의 기록을 경신하였습니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회사는 4개월을 근무하고 5번째로 퇴사한 회사입니다.
퇴사를 너무 당당하게 말한 것 같은데요.
퇴사나 이직, 진로 변경 등의 문제는 바다 여행 가려다가 산으로 목적지를 바꾸는 식의 가벼운 문제가 아니잖아요?
오늘 퇴사를 결심하셨더라도 절대 절대 신중해지시길 바랍니다.
이 글은 특정인에 대한 비난이나 앙갚음보다 ‘내가 겪은 오늘의 현실에서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가?’에 대한 복기 정도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상사가 아닌 대표님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7번째 퇴사를 한 회사에서도 소시오패스 직장 상사를 만나서 4개월가량을 근무하고 뛰쳐나왔는데요.
공교롭게도 1년 전 같은 달에는 알코올 의존증이 심각했던 대표님이 경영하시는 회사에서 근무했었습니다.
대표님의 개인정보는 소중하므로 원활한 전개를 위해 이 대표님으로 설정해 보겠습니다.
이 대표님의 회사에 입사 전 1년간 4번의 퇴사를 하면서 쉰 살 언저리의 직장 상사에 대한 피해의식이 생겼는데요.
이 회사에서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50세가 되신 대표님과 악연을 짓게 되었습니다.
4번 정도 비슷한 상황과 혼란으로 퇴사하면 ‘나한테 문제가 있나?’라던 지 ‘내가 지금 근로 생활을 할 때가 아니라 자영업이나 공부해야 하는 때인가?’라는 다른 생각도 좀 해보고 융통성 있게 삶을 살았어야 했는데요.
대표님과의 면접 날 보통의 면접과는 다른 이해할 수 없는 대화가 많아서 분명 입사하지 말라는 신호가 있었는데 이 시기까지도 다양한 생각을 못 하고 이번 입사는 다를 것이라는 희망 고문을 스스로 하고 있었습니다.
자꾸만 하락하는 이직 성공률과 일하는 날수보다 이직 준비로 흩날리는 일수가 많아서 점점 조급해지다 보니 일생일대의 중요한 직장을 급조하려는 마음이 있었던 거죠.
많은 이직과 면접을 본 건 아니지만 업계마다 특유의 면접 방법이나 형식, 제출 자료 등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디자인 회사라면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야 할 것이고 외국계 회사라면 해외 경험자가 우대사항일 테고요.
과거 업무 시험을 본 적은 있지만, 이번 면접은 조금 과장해서 사돈의 팔촌까지 친인척의 가계도를 설명해야 하는 면접이었습니다.
현재 업무와 관련이 없는 과거 경력이라든지 학교생활, 가족관계는 기본이고 현재 누구와 살고 있으며 동거하지 않는 가족은 또 누구와 살고 있는지 꼬리의 꼬리를 물어서 선대까지 찾으러 갈 기세였는데요.
대표님 가족사 또한 배우자와 자녀 외에도 부모님과 배우자의 부모님, 심지어 친구의 배우자에 관한 이야기까지 이어졌습니다.
몇 번씩이나 했던 말씀을 처음 하는 것처럼 또 하시고 또 하시고 그렇게 몇 시간을 심문하듯이 하나하나 물으시고는 저녁까지 먹고 가라는 겁니다.
‘이분은 입이 안 아프실까?’라는 경이로움 마저 들었습니다.
이 정도 면접이면 지금까지 겪었던 면접관님들과 너무도 달랐기에 취업을 포기했어야 했는데요.
아직도 이직에 쓴맛을 덜 봤는지 전임자의 퇴사 의지가 확고하다는 한마디에 전임자만 없다면 다른 어떤 돌부리에도 넘어지지 않을 수 있을 거라는 자만심이 있었습니다.
지난 글에는 전임자들이 퇴사한다고 했다가 안 하는 바람에 제가 퇴사하게 되었던 일화가 있거든요.
굉장한 능력자였던 전임자께서는 그동안 꼼꼼함과 성실함으로 근무를 해오신 나머지 이렇게 편안한 인수인계 과정은 거의 처음 겪는 일이라 ‘내가 드디어 해고 통에서 해방이 되는구나!’ 싶어 절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전임자께서는 빠르고 간결하게 인수인계를 진행하시고 홀연히 떠나셨는데요.
뭔가 대표님과는 상극의 느낌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대표님은 말의 양이 많아서 그렇지, 겉보기에 순박한 옆집 아저씨 느낌이어서 ‘전임자의 똑 부러지는 업무 성향과 조금 차이가 있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가볍게 넘겼는데요.
그런데 넘기면 넘길수록 절대 가벼운 게 아니었습니다.
대표님 말의 양은 아까 했던 말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는데요.
출근 전에 업무 지시를 전화로 통보 후 회사 정문을 열고 들어오시면서 십여 분 전에 말씀하신 안건을 처음 말씀하시듯 반복하셨습니다.
그러고는 점심시간이 되면 꼭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드시면서 오전에 말씀하신 전달 사항을 새로운 소식 인양 전하시고는 퇴근 전에 또 앵무새 같은 태도로 동일한 이야기를 읊으시고 퇴근하셨습니다.
아까 한 얘기를 항상 같은 뉘앙스로 매번 새롭게 새로이 말씀하시는 특별한 분이셨는데요.
입사 초반에는 노파심에 제가 기억을 못 할까 봐 반복하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걱정도 덜고 귀도 좀 쉬기 위해서 하신 말씀 잊지 않겠다고 몇 번의 안정을 드리려 했지만, 너는 떠들어라~~(에헤라디야~♩) 돌림노래처럼 날마다 무한 반복되었습니다.
소소한 상황도 웬만하면 보고하는 성향인 저였는데 이번 만남에서는 대표님께서 되려 직원들에게 수많은 보고를 하셨습니다.
본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굳이 보고해 주셨고 개인사마저도 했던 얘기를 또 하셨는데요.
얘기 중에는 술과 친구가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친구와 만나서 오늘의 힘든 일을 회포로 풀어내는 정도가 아니라 매일 술을 드셨습니다.
하루라도 선약이 안 잡혀서 빈 배로 댁에 가셔야 하는 날에는 뭔가 불안한 기운을 보이셨고 직원들에게 저녁 식사를 권유하기도 하셨는데요.
술을 드시면 장시간 했던 얘기를 반복하고 잘 취하지도 않으셔서 회식을 모두 꺼렸습니다.
매일 술을 드시니 항상 눈빛이 멍한 상태였고 한쪽 어깨는 늘 축 처져서 육지에서 팔을 허우적대는 모습으로 다니셨습니다.
사무실에 안 계신 날 거래처에 이메일을 보내면 전송하자마자 사무실로 전화하셔서는 메일에 나와 있는 내용과 적힌 성함들을 가리키며 그들은 누구고 메일을 보낸 경위가 무엇인지 확인을 하셨는데요.
메일을 보내자마자 전화가 와서 사무실에 CCTV가 설치되었나 싶어 한참을 두리번거리기도 했습니다.
딱히 죄를 지으신 것 같지는 않은데 매번 쫓기는 듯한 심리 상태로 고객이나 협력사로부터 연락이라도 왔다가는 육하원칙을 수십 번씩 반복하시면서 직원들에게 그들이 왜 전화했는지 물으셨습니다.
부재중을 남긴 사람에게 전화해서 물어보시면 되는 건데 간단히 진행하고 마무리할 수 있는 일을 저의 면접처럼 집착하는 모습에서 한 가지 병명이 보였습니다.
머릿속에 지우개가 들어있는 이 병은 알코올 의존증인 알코올성 치매 증세였습니다.
면접 볼 때 대표실에 들어갈 수 있을 경우 대표님의 책상과 직원들의 책상을 꼭 보는데요.
책상과 사무실 정리를 어떻게 해놓았냐는 임상 결과를 통해서 그들의 업무력을 많이 봐왔기에 연봉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사무실을 빠르게 훑어보며 면접실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 대표님과의 면접은 회사가 아니라 건물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이루어졌는데요.
외부에서 면접을 본 경험도 처음이라 지금 생각하면 입사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는데 조급함은 늘 실패를 데리고 온다는 걸 다시금 새기는 중입니다.
출근해 보니 대표실이 따로 없는 하나의 공간이었습니다.
대표님 자리는 제 옆자리로 주인과 닮아서 비슷하게 기운이 없었고 멍했고 책상 위에 서류가 너무 쌓여있어서 쓰레기인지 서류인지, 버릴 건지 사용할 건지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청소도 할 수 없었습니다.
수더분한 미덕이 있다고 착각하시는지 "먼지 좀 먹어도 괜찮습니다" 라며 청소에 청자도 꺼내지 말라고 편하게 있길 바라셨습니다.
맞벌이로 바쁜 배우자께도 청소나 식사는 바라지 않는다고 다정함을 보이셨죠.
저는 당시 부모님과 함께 본가에 거주 중이었는데요.
대표님께서는 굉장한 효자시라 부모님과 같이 사는 저를 보며 본인의 부모님 이야기를 많이 하셨습니다.
부친께서 음주를 즐기셨고 항상 과음하셨다는 말씀을 언뜻 하셨습니다.
대표님의 음주 사랑은 유전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20대 때부터 많은 과음으로 이제는 조절 자체가 안 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좋아서 또는 화나서 술을 드시는 게 아니라 밥 먹고 화장실 가듯이 365일 중의 365일을 몸이 알코올에 자석처럼 반응하는 의존증이 심각해 보였습니다.
매번 같은 말을 반복하시는 것 또한 알코올성 치매의 한 증상인데요.
기억 상실이 있다 보니 점점 짧아지는 기억력으로 했던 말을 기억 못 할뿐더러 판단 능력 또한 흐려져서 없는 말을 만들어 앞뒤를 그 자리에서 맞춰버리는 대화가 허다했습니다.
알코올성 치매는 일반 치매보다 빠른 나이인 60대 중반부터 발생한다고 하는데요.
대표님의 연세가 이제 쉰 살 이신 걸 보면 나이의 문제라기보다 얼마나 많은 양의 음주로 블랙아웃이 반복되었느냐가 치매 증세를 앞당기는 것 같습니다.
초반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 많았지만, 술을 좋아하는 것도 유전이라는 걸 들은 기억이 있어서 차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요.
고객의 전화에 갑자기 화를 내시는 일과 매사에 기운이 없고 배우려는 의지나 의욕도 없어서 새로운 학습이 불가능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업무 중에는 해소되지 못한 채로 쌓이기만 한 숙취 때문에 코를 골며 주무시는 일도 특별한 광경이 아니었습니다.
점심 식사는 늘 해장국이나 순댓국 같은 듣기만 해도 얼큰함에 취기가 사라질 법한 메뉴를 원하셨고 점심값과 사무실 비품 등은 온갖 애를 써서 아끼시며 직원들까지 독려하시다가도 술이나 커피값은 그 어느 때보다 시원하게 결제하셔서 알다가도 모를 대표님의 정신 분산에 제 집중력도 자꾸 산만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반복되는 잔소리에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서 정식으로 면담 요청을 하였습니다.
두 달 넘게 겪은 일화와 고통을 차분히 말씀드리고 ‘서로 바쁜데 같은 말을 반복하기보다는 간단명료하게 정리해서 한두 번만 말씀해 주신다면 직원들도 대표님도 업무 능률이 오르고 시간을 아낄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그 어떤 때보다 진지하게 읍소해 보았습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됐기에 제 능력에 대한 의구심으로 노파심에 동일한 이야기를 반복해서 말씀하실 수 있는 점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업무력이 부족하거나 중대한 프로젝트 마감일을 못 지키거나 직장생활에 누가 될 법한 사고가 있다면 당연히 바로바로 지적받아 개선점을 찾는 것이 지당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저의 유년 시절도 그렇고 2년 전까지 9년 6개월을 근무했던 회사에서도 그랬고 직원 모두가 각자 알아서 본인 몫을 해내는 분위기에서 많은 시간을 살아오다 보니 하루에 같은 얘기를 5번 이상하고 다음 날 또 하고 또 하는 매일 반복되는 소모적인 일상에 빠르게 지쳐갔습니다.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만 계시더니 무언가 평소와는 다른 진중한 표정으로 같은 말을 반복한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으셨는데요.
말씀 속에서 느낀 점은 대표님의 장기기억 저하는 의지로 고칠 수 있는 시기가 지났다는 것이었습니다.
술 마시는 일이 끊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던 거죠.
퇴근 시간이 다가올수록 약속이 없는 날은 불안함과 함께 여기저기 전화를 걸며 저녁 약속을 만드는 분이었습니다.
대표님께서 종종 방문하는 병원이 있었는데요.
건강 관련해서 자꾸 거북한 이야기만 들리니까 술을 줄이겠다는 생각을 하셔야 함에도 병원을 끊겠다는 기세였습니다.
진지하고 간곡한 부탁에도 다음날 그다음 날도 여전히 같은 말을 처음처럼 하셨습니다.
저희 회사는 성장성이 전혀 없는 소규모 회사였는데요.
성장성이 없다는 건 사양 사업이거나 대한민국 헌법상 문제의 소지가 있는 직종이라서가 아니라 대표님께서 사세 확장을 굉장히 꺼리셨기에 성장할 틈이 없었습니다.
욕심 없이 소박하게 사는 분인가 보다 했는데 그 역시도 기억력과 의지 부족으로 조금이라도 사업이 확장되면 감당을 못할까 봐 걱정되셨기 때문이었죠.
같은 말씀을 반복하는 것에서 넘어 고집 또한 무척 세셨는데요.
이 또한 알코올성 치매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아는 것에 오류가 있음에도 너무 강하게 주장하셔서 직원들의 말문을 막히게 하셨습니다.
대화를 나눌 때는 본인이 바르다고 주장하시고 다음 날이 되면 직원들이 얘기했던 내용을 교육하듯이 아무렇지 않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직원들의 기억력에도 오류가 있다고 생각하신 모양입니다.
제가 주인이 아니니까 대표님의 견해가 옳든 그르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없지만, 한 직장에 오래 근무하길 바라는 마음에 점점 불안감이 쌓여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표님이 저를 부르시더니 "사인 전 씨~ 사인 전 씨가 담당인 A라는 회사 대표가 내 친군데요, 이따 5시쯤 우리 회사에 올 예정이거든요. 같이 식사 어떤가요? 인사도 할 겸 같이 먹자고 친구가 그러네요."라고 하시는 겁니다.
자주 만나고 좋아하는 친구라고 하면서 셋이 저녁 식사하자고 하시는데 정말 딱 싫은 거예요.
술꾼에게 저녁은 곧 술이라는 건 밥 먹고 물 마시는 일과 같은 거고 절친이라면 고객사를 위한 접대가 아니라 그냥 편한 술친구인 거고 대표님 주정은 맨 정신일 때보다 더 심각한 끝없는 잡담이라는 걸 직장 동료들을 통해 다양한 제보를 수렴한 터라 상상만으로도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술을 못 마시는 건 아니지만 잘 안 마시기도 하고 다음 날 몸이 힘들면 하루를 또 버리게 되고 평소 건강이 안 좋은 편이라 늘 24시간이 모자란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술 마시는 시간이 아까웠습니다.
퇴근 후 넷플릭스를 보며 가끔 마시는 맥주 한 잔이 참 좋았는데 대표님을 만난 후로 별로 마시지도 않던 술에 정이 떨어져 버렸습니다.
최대한 예의와 공손함을 갖춰서 ‘오늘은 아쉽게도 선약이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랑 저녁을 드시고 싶은 게 아니고 오늘은 술친구가 알아서 생겨주었으니까 바닥에서 발이 둥둥 떠서는 신이 나서 알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5시가 됐는데 A사 대표님이 안 오시는 거예요.
‘거래처 대표님 오늘 안 오시는 건가요? 오시면 궁금한 사항도 여쭤보고 인사도 하려고 했는데요?’라고
여쭈었습니다.
친구는 1층에 지금 와 있다면서 "맨날 올라오더니 안 온다네요, 내가 이제 나가려고요."하시는 겁니다.
입사한 지 몇 개월 안 된 상태라 A사 대표님을 처음 뵙게 되어서 인사할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유독 오늘만 안 오신다길래 의아했습니다.
멀리서 만나는 것도 아니고 약속 시간보다 일찍 오셔서 기다리실 거면 올라오셔도 됐던 건데 꼭 뵈어야 할 이유가 있던 것도 아니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좀 유치하지만 ‘저녁을 같이 안 먹는다고 해서 안 오시는 건가?’라는 어이없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그게 아니고서야 대표님과 약속이 있는 날에는 사무실 문을 스스로 열고 들어오셨다는 분이 오늘만 밖에서 기다리실 이유가 없잖아요?
이건 제 생각이니까 틀릴 확률이 높지만, 비슷한 사람끼리 절친이 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는 속담은 반만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하는데요.
어쩌다 보니 친구를 따라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냥 비슷한 사람끼리 알아본 거라 따라서 간 게 아니라 ‘생각해 보니 괜찮을 것 같아서 본인 의지로 친구와 같이 간 거다’라는 주장에 더 힘을 싣고 싶습니다.
공감이 되지 않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지구상에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수억 명 살고 있고 인간관계에서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할 때 비로소 세상이 아름다워진다" 라는 말을 떠올리는데요.
저녁 식사 제의를 한 번만 물어봐 주셔서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렸습니다.
예상대로 다음 날 너무 심한 숙취로 출근을 안 하신다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대표님이 안 계시면 회사는 더 안정적이고 직원들은 알아서 각자의 소임을 다 함에도 숙취로 누워서 출근은 못할지언정 행여나 이 큰 회사를 누가 업어라도 갈까 싶어 걱정의 걱정으로 일이 생기면 꼭 연락을 달라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회사의 최대 리스크는 오너리스크이기 때문에 나오시든 안 나오시든 무슨 일은 대표님에게만 일어났습니다.
입사한 지 3개월이 넘어가자, 언어영역 듣기 평가 같은 돌림노래도 몸이 알아서 귀를 닫아 안 들리는 능력이 생겨났는데요.
아직도 힘들지만 미세하게 적응하는 듯싶었습니다.
저 자신도 100% 마음에 들지 않는데 모든 걸 만족하는 직장은 없다는 걸 아는 나이인지라 최대한 장점을 종이에 써보며 하루하루 좋은 점을 찾고자 노력해 보았습니다.
가끔 욱하며 화를 내시고 장기 기억력이 약해했던 말을 매일 반복하시고 위생 관념이 적어 품행이 늘 단정하지 못하시고 출근해서 일하는 시간보다 담배를 태우기 위해 쉬러 가는 시간이 더 긴 분이셨지만 대부분이 개인사로써 조금 불편한 정도이지 저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은 없었는데요.
기다린 적도 없는데 큰 피해를 줄 법한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2019년 말 처음 인체 감염이 퍼진 신종 바이러스 때문이었는데요.
근무할 당시는 감염성 질환에 대한 종식 선언을 하기 전이어서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이 필수였습니다.
입사 전 모든 직원이 바이러스 감염 후 나은 상태였고 회사도 2주간 문을 닫았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저만 유일하게 비감염자였는데요.
고령의 부모님과 함께 본가에서 거주 중이라 고령자나 영유아의 감염이 심각한 불상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뉴스를 수시로 시청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조심의 조심을 하고 돌아다녔습니다.
대표님은 이런 시국에도 위생 관념이 없으셨습니다.
신기한 건 전 직원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당시 대표님만 유일하게 전염되지 않아서 본인이 무슨 신의 자녀라도 되신 양 바이러스 따위 절대 걸리지 않을 것처럼 위풍당당하셨는데요.
한참 전 국민이 회식이며 지인들과 만남이며 조심할 때도 늘 술을 마시고 또 회사에 와서는 어제 마신 술 얘기를 늘어놓으시면서 "난 안 걸리네~"라는 말을 함부로 내뱉으며 자신감이 충만하셨습니다.
속으로 대표님의 품행은 늘 경망스러우니 언제 어느 때 바이러스가 침투될지 몰라 경계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최대한 멀찌감치에서 잔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입방정이라고!
대표님께서는 며칠 뒤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말았습니다.
이날은 직원 중 저만 회사에 출근하여 근무 중이었는데요.
뾰로통한 표정으로 인사도 대충 하시고 가방을 던지시더니 병원에 다녀오신다고 오자마자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몸이 안 좋아서 기분도 언짢으신가 보다 하고 계속 업무에 집중했습니다.
1시간가량 지나 종이 한 장을 들고 들어오시더니 저에게 오셔서 내미셨는데요.
병원이 아니라 거래처를 방문하셨나 싶어서 받으려고 하는데 해맑게 멋쩍다는 듯이 "저 바이러스 걸렸어요."라면서 병원에서 준 안내문을 보여주시며
마치 장염에라도 걸린 것처럼 자리에 가서 일을 하시는 겁니다.
그 흔한 창문도 열지 않고 손도 한 번 안 닦으시고요.
출근 전에 느낌이라는 게 있었으면 병원 방문 후 출근하시는 게 상식적인 인간 세계에서 있을 법한 행동이죠.
출근해서 병원에 방문해야 했더라면 바이러스 확진 판정 후 바로 퇴근하셔야 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사람으로 안 보이셨던 건지 대표님의 일상적인 태도에 기가 막혀서 잠시 뇌가 정지되어 있었습니다.
오늘 점심은 혼자 먹으라면서 '네가 괜찮으면 난 같이 먹을 수 있는 데'라는 표정을 지으시며 다녀오라고 하셔서 말씀이 끝나자마자 바로 회사를 나왔습니다.
점심을 먹은 후 대표님이 아직 계실 것 같다는 생각에 전화를 했는데 역시나 사무실에 계셨습니다.
처음으로 대표님께 화를 내고 말았는데요.
이 작은 공간에 창문도 열지 않고 뭘 하시길래 아직도 계시느냐고 다그쳤습니다.
자주 숙취 때문에 출근을 못 하셔서 댁에서 원격 근무를 하는 일이 많았는데요.
왜 바이러스가 걸렸을 때는 굳이 퇴근을 안 하시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것 또한 제 생각이지만 고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처지에서 한 번도 감염병에 걸리지 않은 배우자와 자녀에게 바이러스를 옮길까 싶어 고민을 하면서 최대한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시다가 가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밖에서 전화를 걸지 않았다면 퇴근 시간 이후까지 계셨겠죠.
배우자는 그렇다 쳐도 자녀는 미성년 자니까 부작용을 알 수 없는 이 증후군으로 금쪽같은 내 새끼에 진짜 금이라도 갈까 싶으셨나 봅니다.
그런데 이 감염병이 언제 걸렸는지 알 수가 없어서 한 집에 거주하면 대체로 다 같이 감염되기 마련이잖아요?
결과적으로 대표님의 다른 가족은 검사 결과 비감염이었습니다.
회사의 직원들이나 가족들이나 한 마음으로 대표님과의 거리 두기에 미리 앞장섰던 것 같습니다.
제가 혼자 사는 사람이면 이렇게까지 화가 나지 않았을 텐데요.
대표님은 말로는 굉장한 효자시라 고령의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는 저를 항상 좋게 생각해 주셨고 제 가족은 바이러스 감염 기록이 없다는 것도 알고 계셨습니다.
최근 대표님의 모친께서 건강이 악화하는 바람에 병원을 모셔다 드리며 걱정이 많으셨는데요.
남의 부모는 내 가족이 아니라 상관없으셨던 건지 술 마시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어디서 옮았는지도 모르고 감염병에 걸려서는 방역 수칙 안내문을 무슨 상장이라도 받은 양 당당하게 보여주시며 갑자기 열성적으로 일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습니다.
30분 뒤 퇴근하셨다는 전화를 받고 사무실에 갔습니다.
언성을 높이면서 말을 했더니 창문을 열어놓으셨더라고요.
들어가자마자 직원들에게 검사를 받아보라고 연락하고 방역 수칙에 따라 대표님의 손이 닿지 않았을 법한 곳까지 소독을 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간이 검사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왔고 퇴근 후 부모님께 상황을 설명하자, 이기적인 분이시라며 언짢아하셨습니다.
부모님도 검사 결과에 이상이 없었고 그 후로도 증상이 없었습니다.
증세는 없었지만 음주 운전을 해서 사고가 없었다고 음주 운전이 아무 일이 아닌 게 아닌 거잖아요?
1년 새 4번의 퇴사를 해서 이제 퇴사가 제일 쉬웠는지 여기도 아니라는 생각에 또 마음이 싱숭생숭했습니다.
사흘이 지나고 근무시간에 대표님께서 연락을 주셨고 탁한 목소리로 방 안에서 혼자 마스크를 쓰며 업무를 보시던 중 지시 사항이 있어 전화를 주셨다고 하셨습니다.
조심성 없는 방역 수칙 위반으로 주변인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고 다니는 이들 때문에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뉴스를 장식하던 시기였는데 방도 화장실도 따로 사용하는 집에서는 중무장을 하고 마스크까지 끼고 수시로 소독제를 사용하며 근무하신다고 하니 또다시 화가 치밀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좀 더러운 게 미덕이라며 단 한 번도 손 소독제를 사용하시는 걸 본 적이 없었거든요.
술값 외에는 모든 씀씀이가 아까워서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바이러스에 걸린 걸 아시게 된 날도 버스로 출퇴근을 하면서 마주치게 된 남의 집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없었을 거란 생각에 대표님을 대신하여 자괴감마저 들었습니다.
이건 안이하다 정도의 일이 아니라 본인의 고통만을 중요시하는 이기심인 거죠.
위생에 무뎌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분이라면 집에서든 밖에서든 제멋대로 해야 하지만, 집안에서만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이중성에 인격까지 의심이 들었습니다.
대표님의 격리 기간 마지막 날 사직서를 제출하였습니다.
그런 소소한 일로 퇴사를 하냐는 분도 계실 것 같은데요.
처음부터 안 맞는 단추였는데 억지로 끼워 맞추다 보면 옷차림이 되겠지 하며 하루하루 없는 장점 찾아 붙잡고 늘어지다가 결국 마침표를 찍을만한 계기를 마주하게 된 것뿐이었죠.
격리 중이라 오도 가지도 못하는 신분으로 배우자의 조언을 받으셨는지 메일을 한 통 보내셨는데요.
말하는 것과 동일하게 횡설수설하여 무슨 말씀인지도 못 알아들을 만한 이야기를 늘려서 쓰느라 고생하신 모습이었습니다.
결론은 "나의 잘못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 같은데 난 내 잘못을 모르겠다.
하지만 네가 퇴사를 한다는 건 회사가 마음에 안 들었다는 것이니 사과를 한다."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회사 생활 하면서 대표님이라는 분께 반성문을 받아본 적은 없지만,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반성문을 위한 반성은 현명한 방법도 아니고 개선의 여지도 없고 제가 이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대단한 직원도 아니라서 훌륭한 직원을 채용하실 기회를 드리는 게 더 큰 화를 미연에 방지하는 일이라는 걸 재차 강조하여 확고한 의사를 전달하였습니다.
답장에는 대표님의 자녀가 학교에 갔다가 아이 친구가 "나 바이러스 걸렸어."라며 아무렇지 않게 옆자리에 앉아 말도 걸고 같이 밥도 먹고 일상적인 학교생활을 이어가다 바이러스를 옮기는 바람에 하나뿐인 자녀에게 불상사가 생기면 학생이 학교 갔다가 뭐 그럴 수도 있지 괜찮으시겠냐며 되물었습니다.
한 분뿐인 모친께서 경로당에 가셨다가 경로당 친구가 "나 바이러스 걸렸어."라며 아무렇지 않게 옆자리에 앉아 같이 텔레비전도 보고 손주 자랑도 하면서 평범한 경로 생활을 이어가시다 바이러스를 옮기는 바람에 연로하신 어머니의 생명에 위협이라도 생기면 친구랑 친하게 지낸 건데 뭐 그럴 수도 있지 괜찮으시겠냐며 되물었습니다.
안 걸리는 게 신기하다며 자부하시다가 가족과 직원들에게 불편함을 끼쳤던 행동을 돌려받으시길 바라는 축사도 잊지 않았는데요.
후임자는 바로 구해졌고 이틀 동안 해야 할 인수인계를 총력을 다해 하루 만에 끝냈습니다.
제 전임자께서 왜 그렇게도 빠르게 인수인계를 하시고 떠나셨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후임자가 눈치채고 안 나올 수 있으니까 빠르고 정확한 인수인계만이 탈출구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었던 거죠.
대표님께 했던 오만방자한 태도와 달리 후임자에게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옆자리에서 들으시더니 무려 하루의 급여를 더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키보드가 고장 났음에도 미루다 미루다 안 사주셔서 포기하고 사비로 사야겠다 마음먹다가 퇴사하게 된 터라 저에게 주실 하루치 급여로 키보드를 사주시라고 건의드렸습니다.
대표님은 물은 안 드시고 술과 커피만 드시는 분이었고 직원들에게도 테이크아웃 커피를 자주 사주셨는데요.
매일 마시는 커피를 일주일만 안 마셔도 살 수 있는 키보드가 수십 개는 될 텐데 정말 사업이라는 걸 하시려는 분이 맞는 건지 대표님의 정신세계에는 도무지 감이라는 걸 잡기 힘들었습니다.
사람을 겪다 보면 ‘이 사람은 이런 성향이라 이렇겠구나.’라는 느낌이 있는 건데 태어나 처음 만나 뵌 성향의 분이라 4개월 동안 어두침침하고 우울한 신비의 세계를 탐험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다른 직원들은 다들 잘 다니고 있는데 왜 예민 덩어리가 되었는지 제가 어떤 걸 중요시하는 사람인지 저 자신에 대해서 더 알게 된 기간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져보려 노력했는데요.
아니다 싶으면 조급한 마음이 들더라도 신중히 생각하는 태도를 갖자는 반성의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자신의 기준과 느낌을 믿고 아닐 때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는 현명한 분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알코올에 습관적으로 의존하다 알코올성 치매를 빨리 겪을 수도 있는 위험성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았는데요.
대표님을 겪은 후로 올바른 음주 습관을 구글에 검색해 보고 실천하다, 현재는 술을 안 마시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의사들이 강조하는 음주라는 행위에는 "적당한 음주라는 건 없다"라고 합니다.
술을 마시고 싶냐 아니냐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도 하셨는데요.
마시고 싶어도 안 마시면 중독이 아니지만, 알면서도 주량 조절이 불가하고 그저 술에 손이 간다면 알코올에 대한 의존증을 의심해야 합니다.
특히 가족이나 주변에서 염려가 많아진다면 음주 습관을 돌아볼 계기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안 마시는 게 가장 올바른 음주 습관이지만, 업무상 사업상 상황에 따라 마시고 싶지 않아도 마셔야 하는 때가 많잖아요?
그런데도 과음 후 3일 이내나 피곤한 몸 상태라면 알코올 해독력이 약해진 것이므로 간 기능에 무리가 가는 음주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또 술자리 참여 시 공복에 섞어서 한 번에 마시지 않고 수분이 많은 안주로 희석하면서 조금씩 천천히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적은 양을 드신다면 아프지 않고 오래도록 즐길 수 있는 좋은 취미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술 없이 사는 인생은 불행한 삶이 아니라 맑은 정신과 더 많은 시간 여유를 선물해 주는 행복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이야기는 아래의 영상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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